C – 2018.05.22 B – ORIGAMI_PRO4 P1 – 60cmX60cm. 수제한지+염색 P2 – 62cmX62cm. 구김한지+염색
2017년에 출간한 프로3 기계종이접기편을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바로 바다종이접기편의 참여 작가를 라인업하고 바로 주제를 할당하여 바로 바다종이접기편을 준비하였다.
맹형규, 정재일 작가가 이번에 뉴페이스로 참여하게 되면서 주제 선정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는데 나는 원래 초기에 바다거북과 날치를 창작하려고 계획했었다.
그 소식을 들은 진우 형님께서 만새기의 존재를 말씀하시고 날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창작을 끝내고 자연스럽게 진행하려고 했지만 직장일과 여러 사정으로 인해 날치는 포기하고 바다거북을 먼저 진행하고 자연스럽게 날치는 맹형규 작가가 창작하게 되었다.
아무튼 아쉽게 날치는 포기하고 더 이상은 지체하면 큰일 나겠다 싶을 때 바다거북 창작을 시작하였다.
바다거북을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카미야사토시의 loggerhead sea turtle이 떠오르는데 등갑까지 제대로 구현된 바다거북 작품이 별로 없어서 어떻게 잘 하면 해볼만하겠다 싶어서 참고하기 위한 이미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실 카미야가 접은 바다거북은 붉은바다거북이여서 내가 접은 푸른바다거북과는 속과 종이 다르고 멸종위기등급도 다르다. 외형적으로도 거의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서로 다른 포인트를 찾기 위해서 실질적인 창작 과정에서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인에 대한 고민과 정보검색에 시간을 할애했다.
먼저 가장 작업한 부위는 등갑. 당연히 등갑이 구조상으로 중심에 위치해서 나머지 부위들이 뻗어 나오는 단순한 구상을 기본으로 해서 어떤 기법으로 구현할 것인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하였다.
등갑의 기법에 따라서 당연히 나머지 부위들의 성질도 결정될 터라 구현하고자 하는 등갑의 타일 형태를 다양하게 시도해봤는데 많이 사용되지 않는 각도로 작업하게 되면 창작하는 나도 괴롭고? 접는 이도 그리고 이걸 도면을 그릴 때에도 애먹을 것 같아서 계속 시도한 결과 최종적으로 선택한 등갑의 구조와 디자인을 처음부터 끌고 가게 되었다.
등갑이 만들어지고 나니 자연스럽게 대각선 구도를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은 창작의 전개 방향과 만들어진 등갑의 기법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였는데 이렇게 적고 보니 생각해보니 창작 초기에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도전으로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다른 주제를 알아봐야 하나라는 고민이 깊어서 그랬던 것 같았는데 구도와 등갑이 완성되고 나서는 아예 새롭고 괜찮은 작품이 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머지 부위를 만들 수 있었다. 거북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주제로 창작하기에는 다이어그램 그릴 시간까지 2달 정도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한 개 더 창작해야 하는 스케줄이니까..
대각선 구도로 작업하다 보니 등갑을 중심에 위치 시키기에는 x축의 코너플랩 활용이 영 시원찮아서 등갑을 상단으로 올리고 나머지 부위를 순서대로 아래쪽에 배치 시켜 아래의 사진과 같은 기본형이 완성되었다. 이때 완성된 구도가 최종까지 가게 되었는데 바다거북을 창작하면서 가장 흡족한 부분 중 하나다. 복어와 반달가슴곰을 창작할 때도 각기다른 곳에서 구조를 생성하고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하였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맥락처럼 느껴져서 구조적으로도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로 고민한 부분은 뒷발의 표현이었다. 대충 하자니 전체적인 밸런스에 생각보다 영향이 많이 갔고 좀 신경 써보자 하니 종이 중심부에 위치한 까다로운 부위였다.
결과적으로는 등갑의 다듬기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듬을 수 있는 방향으로 타협하고 길이에 대한 비율만 맞추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남겨두었던 머리 부분의 디자인에 착수했다.
위에 사진에 있는 빨간색이 겨우 완성된 테스트 1호인데 지금은 진우 형님에게 분양됐다.
나는 보통 테스트 끝나면곧장 폐기해서 버리는데 우연히도 창작 중간에 진우 형님이 방문하셔서 겟하셨다. 저 정도 완성된 단계에서는 형규, 지우, 태용이도 자취방에 방문해서 미완성된 거북이를 보고 갔고 그 즈음해서 앞발도 무난하게 마무리.
위 사진은 디자인을 최종 마무리하기 위해 머리 부분만 접어본 테스트 폴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남겨두었던 머리 부분에 할당된 종이가 분량적으로도 적절했고 등분만 해놓았을 뿐인데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머리 부분도 많은 고민을 할뻔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이어그램을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일이 날 것 같아서 두어 번 만지작거리다가 마무리했다.
사실 책이 나온 지 시간이 좀 지났는데 지금에 와서야 아쉬운 부분이 머리 부분의 마무리다. 아무래도 입체적으로 조형하려고 했고 또 코너플랩을 활용했기 때문에 낭창거릴 수 있는데 문제점을 알고 마무리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개선할 의지는…ㅎ
창작을 마무리하고 원작을 만들기 위해서 종이를 준비하는 부분도 많이 신경 썼는데 푸른 바다거북인 만큼 바다처럼 푸르고 색의 깊이감이 있으면서 고급스러운 종이를 사용하고 싶어서 염색종이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바로 제작에 착수했다.
파란색 수제한지에 녹색과 금색으로 텍스처를 만들어 위 사진 속 종이를 사용해 원작을 접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종이 자체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색이 탁하게 느껴지고 채도도 아쉬웠는데 이게 실제 프로4가 출간됐을 때 컬러가 들어간 사진들이 인쇄상에서 cyan 값이 높게 나와서 실물과 색상이 좀 다른 걸 보고 블루톤이 좀 더 올라와도 더 괜찮겠다 싶어 하나 더 접기로 결정했다.
(원작도 협회에 기증했으니 추석 연휴에 힘입어 하나 더 접기로!)
사실 기성 한지 대신 직접 가공한 한지를 사용하려고 한 시도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대학생 시절 창작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특별한 종이를 사용하면 더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나만의 색을 가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한지를 직접 만들어 보기까지 생각이 닿았는데. 한지의 역사나 제조의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끝이 없으니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서 만들어본 한지.
일단 이렇게 마무리하는데 위 사진 중 우측의 먼지 같은 색상의 종이는 꽤 잘 만들어져서 평량도 카라페처럼 얇았고 질긴 정도 끝내줬다.
다만 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 크기 이상의 장비들이 필요한데 지금 살고 있는 자취방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고 좀 더 큰 집으로 이사게되면 다시 만들어서 사용해보고 싶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특별한 한지를 얻는 것은 성공했으나 생각보다 꽤 번거로웠기 때문에 즐겨 사용하는 풀 먹인 한지를 만들면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감 뿌리기를 시도했었는데 효과도 나름 괜찮아서 종종 사용하게 되었다.
지금은 활동을 안 하는 지철이 형과 내가 고등학교 시절 자주 만났을 때 한지 자체에 염색을 먹이는 것을 시도 중이셨고 (카미야의 메탈리퍼를 염색한지로 접은 걸 블로그에 올려두셨는데 사진상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좋다..)
나도 주작을 접을 때 염색한 한지로 접으려 했지만 색이 원하는 만큼 진하게 올라오지 않아서 그냥 운용지로 접었던 기억이 있고 예전에 진우 형님이 악어를 접으실 때 물감을 뿌려서 완성하신 대형 종이가 인상 깊게 남아있는데 이러한 느낌과 시도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지금처럼 만들 수 있는데 큰 영감을 주었던 것 같다.
현시점에 와서는 바다거북이를 신호탄으로 많은 작가들이 직접 염색을 하고 그 종이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는데 수고스러움에 비해 뛰어난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기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다만 누구나 염색을 하니 초반에 나만의 색깔을 염둔 고민들이 희석이 된 듯하여 새로운 표현의 방법을 모색해야 겠다는 결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튼 특별한 작품을 접을 때에는 염색한지를 즐겨 쓰게 되었는데 두 번째로 접을 바다거북은 좀 더 원하는 톤을 만들어보기 위해서 심기일전으로 작업.
입시와 대학생 시절 모아둔 재료들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녹색 한지를 기본으로 하여 색을 내려다 흰색 구김 한지를 발견하고 얼마 전 주지스님이 정말 기똥차게 구김 한지로 접으신 게 생각나서 흰색 구김 한지를 기본으로 색을 내기로 결정.
풀물은 미리 한통 만들어놓고 사용하니 정말 편한 듯..
밑 색이 될 색을 입히고 반건조 될 때까지 기다리기.. 사실 이 단계에서 종이를 걷어버리고 다시 하려고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 이유인즉슨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특정 색 배합을 보면 시각적으로 멀미를 하는 이상한? 시각 멀미가 있다.
예전에 특이한 마블링의 벽지로 코끼리를 접으려 했는데 기본형까지 접고 멀미가 심해져서 찢어버린 경험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머리 아픈 색이 있을 뿐..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 조금 왔는데 일단 추가로 색을 올릴 것이니 경과를 지켜보기로…
실제 내고자 하는 색을 윗 색으로 덧입히고 포인트가 될 금색을 입히는데 완전히 희석하지 않고 어느정도 행운?을 기대하며 살짝 덩어리째 투척..
매번 손에 묻은 물감 씻어내기가 화딱지 나서 다이소에서 구입한 니트릴 장갑 착용하고 작업.. 색을 좀 더 올리다 보니 생각보다 멀미가 심하지 않아서 그냥 작업 진행..
뒷면에 살짝 배어 나온 물감의 그라데이션이 이뻐 보이긴 하지만 계속 쳐다보면 멀미가 다시 올 듯.. 일단 완전히 건조된 한지를 보며 만들어진 텍스처가 어떤 부위에 들어가면 좋을지 기분 좋은 구상을 하며 재단 시작.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로 추석 막바지에 접어서 완성한 바다거북!
프로4 작품 촬영 때도 수십 번 찍으며 느꼈지만 한 장으로 보여주기에는 딱 저 각도인 듯..